디지털 혁신의 성공을 위한 디지털 체력
탐 송 한국오라클 사장
판데믹이 초래한 전례 없는 어려움과 위기의 상황은 그 어느 국가나 산업도 예외 없는 ‘뉴 노멀 의 시대’로 이끌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비즈니스 운영의 상당 부분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는 현재, 디지털 생태계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자원이자 기업이 진정한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구현할 수 있는 촉매제임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이해하고, 또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시스템 구축으로 기업들이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 역시 최근 발표한 디지털 뉴딜 5대 과제 중 하나로 ‘데이터 댐’ 조성을 꼽으며 디지털 생태계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COVID-19위기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의 요구로 인해 데이터와 혁신 기술에 대한 관심은 전례 없이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실제로 많은 대기업들이 대규모의 디지털 시스템 관련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데이터 전략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경영자들에게 직접 들어본 디지털 전환의 현시점의 성과는 초기 단계에 수립했던 비전과는 달리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맥킨지가 전세계 17개국의 주요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른 바 ‘디지털투자 대비 수익률(RODI: Return On Digital Investment)’이 매우 저조하다는 결과가 나왔음은 그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 기업들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올해 발표된 주요 글로벌 연구기관들의 기업 조사보고서가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그 분석은 글로벌 IT기업의 국내 경영을 맡고 있는 필자의 경험과 일맥상통한다. 몇 년간 실제로 접해 본 우리 기업들의 시행착오는 두 가지 근본적인 원인에서 비롯된다. 바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일관된 목표의 부재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역량강화의 부족이다.
“기업의 성공적인 디지털 혁신을 위해선 무엇보다 디지털 체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디지털 체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디지털 체력의 첫 번째 요건은 디지털 전환 목표에 대한 기업 최고경영진들의 확실한 공감대 형성이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기회와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예상되는 문제점 모두를 정의하고, 나아가 그 것을 전사 직원 모두가 동일하게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여건은 ‘지피지기(知彼知己)’ 차원의 접근과 전략이다. 즉,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기 위한 내 회사의 디지털 역량을 냉정하게 분석해보고, 역량이 부족한 부분은 외부에서 찾아 전략적 협력이나 소싱으로 유연하게 보완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회사로 일약 주목을 받고 있는 줌(Zoom)은 디지털 기반으로 기록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설립된 지 9년 밖에 안된 이 회사는 1년 만에 시가총액 140조 규모로 5배 이상 성장하였고 더 놀라운 사실은 1000만에서 3억으로 30배 증가한 일일 사용자 수의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서비스 체계의 탄력성을 짧은 기간 내에 갖추었다. 판데믹 상황 때문에 급증하는 이용자들로 인해 전례 없는 데이터량을 처리해야 하고 동시에 완벽한 데이터의 보안 유지를 위해 오라클과의 전략적인 협력을 기민하게 진행하여 서비스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모두 확보했다.
데이터 전략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서 선진화된 IT 시스템이 곧 기업 경쟁력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클라우드나 자율운영 등과 같은 혁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혁신기술이 내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자 방법론으로써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하에 인력을 새로운 기술에 적응시키며 우리 기업의 디지털 체력을 강화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디지털 혁신으로 나아가는 여정은 결코 쉽지 않다. 일부 경영진이나 전문 부서의 주도로만 세운 성긴 토대 위로 쌓은 혁신은 작은 변화에도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기업의 최고 경영진부터 모든 조직과 직원들이 기업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방향성을 계속 함께 공유해나간다면, 이는 곧 기업의 디지털 체력으로 자산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에 기반한 데이터 활용 전략은 분명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줄 것이다.
** 출처: 매일경제 뉴스_IT경제 https://mk.co.kr/news/it/view/2020/10/1044991